정우성: 요가의

우울하다고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우울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고, 해야 할 일을 차질 없이 했다고 해서 아무렇지도 않은 것도 아니었다.

나는 가정부의 나선계단을 따라 천천히 1층으로 걸어갔다.

<단정한 실수>, p45 무기력하고 우울한 내 일상과 비슷했던 첫 번째 챕터. 내가 느끼는 감정이 남의 글에서 태어나 나타난 것 같았다.

책으로 위로를 받은 진부하지만 이 말만큼 정확한 표현이 없을 정도로 매우 공감하고 읽을 수 있었다.

우울의 나선계단을 타고 계신 분들에게 삶의 흐름을 바꿔 줄 수 있는 한 편의 에세이.

<단정적 실패> 정우성

‘민음사 TV’ 월간 책 추천 진행자로 알게 된 정우성 작가. GQ와 에스콰이어의 에디터로 활약했고 현재는 리뷰 콘텐츠 플랫폼 더 파크의 대표를 맡고 있다지만 나에게는 단지 민음사 TV의 재미있는 진행자이다.

그가 요가 에세이를 냈다는 말에 사서 읽은 책. (민음사TV, 정말 영업을 잘해.?)

와~ 이분 정말 잘하시네요

다 읽지도 못하면서 책 추천하는 영상 왜 이렇게 재미있는지?내가 내 몸을 지탱하지도 못하는 느낌. 방만해진 탓이었다.

부끄러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내 몸을 왜 이다지도 내버려뒀을까?

어쨌든 몸을 써야 했다.

근육을 붙인다거나 노화에 저항한다거나 하는 엄살도 아니었다.

다만 내 몸이 몸으로서 부드럽게 기능하기를 바랐을 뿐이다.

<단정한 실패>, pp-p14지를 만들며 마감에 쫓기는 바쁜 삶을 살아온 그가 어떻게 요가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었고, 요가를 통해 어떤 삶의 흐름을 만들어냈는지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요가 에세이였다.

참으로 바쁜 인생을 살았을 것이다.

밤늦게까지 야근하고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시다가 깨어나서 지치고 지칠 대로 지쳐서 다시 출근해 이 정도면 열심히 살고 있겠지 하면서 내 안의 고통은 모른 척하는 인생. 하지만 결국 내 몸과 마음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내 자신에게 폭력을 가하는 삶을 살아왔다고 말한다.

아마 우리 모두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일상의 중심축을 요가로 옮길 각오가 필요했다.

’페어플레이에서 실패’, 그는 요가 전문가로서의 수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일상의 중심축을 옮긴다’라는 표현이 멋졌다.

그렇다.

우리의 중심축은 ‘일’에 아주 맞춰져 있다.

일하러 가기 위해서 일어나고 일 끝나면 집에 가서 쉬느라 바빠서. 일이 잘 안 풀리면 하루 종일 기분도 안 좋고.

내 인생에 일 이외의 무엇인가가 있고, 거기에 조금만 중심을 옮겨도, 생각만큼 큰일이(특히 「일」에 구멍이) 되는 것은 없다.

오히려 그것이 생활의 활력이 되어준다.

그러나 일에 쫓겨서 나는 그럴 여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 여유는 다른 곳을 바라봐야 하는 건데.요가의 세계는 냉정하고 정직해 보였다.

수련한 만큼 엄정하게 열렸다.

<단정적 실패>, p27. 강해져야 할 곳은 강해지고 부드러워져야 할 곳은 부드러워졌다.

요가는 몸을 단련시켜준다.

스스로 제자리를 찾게 해준다.

가장 자연스러운 나를 찾도록 도와준다.

<단정적 실패>, p268 몸을 통제할 수 있다면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고 마음이 안정되면 하루를 유연하게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쯤 못 지키는 날이 있어도 괜찮다.

가끔은 강박 자체가 더 해롭다.

게다가 이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니까.

하루를 조절하는 데 익숙해지면, 일주일을 조절할 수 있다.

지금은 그렇게 한 달을, 차근차근 1년을 좋은 리듬으로 살아가려고 순간순간 노력하고 있다.

자주 실패해서 안 되지만 매일 도전하고 있다.

<단정적인 실패>, <내 몸이 자아를 갖기 시작했다.

> p101 내 인생의 흐름을 찾고 싶은 책이었다.

언제가 편하고 균형이 잡혔는지, 자신을 생각해 보자.

정우성 작가는 정말 좋은 요가원과 요가 선생님을 만난 것 같다.

자신에게 맞는 센터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 그 운동을 지속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저자가 다니던 요가원은 에필로그를 보니 가로수길 스판다 요가원이었다.

요가 선생님들도 요가를 배우기 위해 올 정도로 유명한 곳이었다.

나도 요가를 시작하면 몸과 마음을 끌어당겨주는 선생님을 만나고 싶다.

한때 요가의 세계에 입문하고 싶어 요가 에세이를 찾았다.

그때 읽었던 책이 ‘어쨌든 요가’였다.

그 책은 나의 예상과는 다른 전개에 아쉬움이 있었지만 단정한 실패는 내가 원하던 요가의 매력을 제대로 소개한 요가 에세이였다.

일상의 탈출구가 필요한 사람은 읽어보세요. 가슴에 사무치는, 바로 요가를 배우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책입니다.

표지로도 사용된 정우성 작가의 요가 동작+)에다 약간 깜짝 놀라게 하는 이 책의 표지는 저자인 정우성 작가의 요가 동작을 그린 것이다.

지금의 표지 트렌드와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책 디자인이 좀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니 그런 말이 쏙 들어갔다.

“우성 씨, 이제 “후진체”라는 말은 그만하세요”라는 챕터를 읽고 나서 이 책의 표지는 이 그림에 딱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후진의 몸은 없다.

++) 게다가 이분 글이 너무 좋아. 문장은 술술 읽혔고 무엇보다 한 챕터의 구성도 매끄럽게 이어지면서 독자가 계속 읽어 나가는 힘이 있었다.

글을 재미있고 재미있게 쓰면서도 그래도 너무 차갑지 않고 감성이 묻어나는 글. 자기 취향의 딱 맞는 문체를 만나서인지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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