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자로서 지금은 강단을 떠나 제야로 꾸준히 글을 쓰고 있는 김경집 선생의 책이다.
가장 최근에는 「햇볕이 잘 드는 날에 하루를 말리고 싶다」는 책도 출간되었다.
이 책은 40세 이후의 인생에 대해 특유의 통찰과 정리를 한 일종의 중년 에세이다.
그러나 내용은 나이와 상관없이 어른으로 산다면 누구나 읽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특히 한창 일할 시절 인생의 모토로 삼았던 파이브동, 함께 하되 나를 잃지 말라는 내용이 에세이리스트 속에 있어 너무 기쁜 마음으로 미세먼지가 가득했던 오늘, 외출도 하지 못하고 집에 하루 종일 앉아 편하게 읽기에 좋았다.
책의 구성은 40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이야기마다 2~3장 분량의 매우 간략하지만 저자의 생각을 잘 담고 있다.
순서대로 읽어도 되지만 그냥 마음 내키는 대로 읽어도 된다.
오늘은 이 책을 읽으면서도 아이에게 보다 관대하지 못한 나에 대한 부끄러움이 앞서고,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한 것처럼 단단히 공들인 각설탕이 아니라 물에 들어갔다가 녹아 함께할 때 비로소 설탕의 본질을 누리도록.그런 사람이 돼야 할 시기가 마흔 이후의 삶으로 나타났다.
오늘의 책 속 한 줄은 김경집 선생님의 서문 ‘살아온 날들에서, 살아가는 날들로 보내’에서 발췌해 보았다.
언제나 겸손한 마음이 글 속에 스며 있는 사람들의 글이 나는 좋다.
어떤 사람은 비꼬는 투로 말합니다.
각설탕은 딱딱해 보이지만 물에 넣는 순간 녹아 버린다고. 하지만 전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아요. 아무리 공을 들여도 각설탕은 하나의 사물에 불과해요. 그것이 물에 들어가서 녹아 함께 어우러질 때 비로소 설탕의 본질을 누리게 된답니다.
지금이 바로 그래야 할 때입니다.
풀이 바람보다 먼저 눕는 것은 비겁하지 않고 지혜입니다.
거기서 더 나아가 풀이 바람에 길을 비켜주고 서로 몸을 비비고 손을 흔들고 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한결 너그럽게 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인생에서 저지른 과오도 많아요. 부끄러움도 많아요 앞으로 살아갈 미래가 무섭고 불안합니다.
그래서 종종 비겁함과 타협을 하거나 무지의 상태에 머무르는 어리석음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부끄러움과 불안의 부피보다는 열심히 살아온 삶에 대한 자부심과 멋지게 살아갈 미래에 대한 희망의 규모가 더 크다고 느낄 수 있다면 지금 제 나이가 가장 좋다고 기꺼이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흔 이후에야 알게 된 것’ 서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