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춤을 다! 어머,

부채춤을 춘다!

여자가 입는 연두색 당의와 진분홍 치마를 입으면 여직원들이 제 얼굴에 홍지 곤지를 찍어 줍니다.

각자 분장을 해야 되는 여기까지? 한 달 뒤 열리는 장애인의 날 기념식의 단골 메뉴인 직원 공연을 준비하고 있어요. 여성 17명 중 남자 3명, 그중 1명이 바로 저!
올해는 부채춤을 기획했는데 흥을 돋우기 위해 남자를 포함해 하필이면 저를 선택했죠. 얼굴이 예쁜 남자로 뽑았다면서? 음,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아요. 머리에 족두리를 올려주는데 가슴이 서늘해요. 그 순간 이마라고 생각했더니 차가운 물방울이 스르르 흘러내리고 말았습니다.

아이고 식은땀!
아이고 이게 웬일이야 아 창피해

4월 20일 장애인의 날 기념식은 한국으로서는 연중 최대의 행사입니다.

하늘에는 만국기가 펄럭이고 풍선장식이 가득한 운동장은 4월인데도 단풍처럼 울긋불긋해요. 나무 그늘 아래에는 그동안 장애인들이 만든 도자기와 포토샵 작품을 전시하고 자원봉사 후원자들에게 전달할 엽서 나무도 세워 손때 묻은 엽서 백여 장을 걸어 놓았습니다.

화창한 햇살을 안고 9시부터 사람들이 무리지어 들어옵니다.

자원봉사를 맡은 중고교생들이 먼저 와서 장애인들에게 가고, 이어서 군경 연예인 공연단이 와서 연습장소로 갑니다.

이 공연단은 벌써 20년째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군악대 버스가 도착하자 붉은 제복 재킷에 흰 바지를 입은 군인들이 늠름한 금색 관악기를 들고 내립니다.

남양주시장을 비롯하여 각 기관장들도 속속 도착합니다.

이윽고 식전 공연 궁정에서의 단정한 차림으로 20명의 여성(?) 댄서들이 부채의 물결을 타고 입장합니다.

남자 셋이 중간에서 바람을 피우자 직원들과 장애인들이 난리를 피워요. 한 달간의 연습으로 정신무장을 시켰으니 이젠 부끄럽지도 않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붉은 입술에 붉은 색으로 무장(?)한 우리를 잘못 봐서 걱정 없겠지 했는데 악!
들켰어요.시장님이 어떻게 아셨는지 일장연설로 다 밝혀 버렸거든요.

장애인의 달 4월은 바빠요. 매년 선발된 직원들이 연습을 하고 홍보팀은 시내에 나가 장애인식 캠페인을 합니다.

한 달 동안 장애인들을 맞아 삼삼오오 영화구경, 바다구경, 설렙니다.

특별한 달, 그들을 위한 달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빠질 수 없는 것이 있어서, 신입사원 장애 체험입니다.

목발걷기, 휠체어로 경사로 이동하는 것, 안대로 눈을 가리고 시각장애를 느끼는 것을 통해 장애인의 통증을 간접적으로 경험합니다.

이거 너무 힘들어요멍들었어요.

바쁜건 우리뿐만이 아니에요. 아까 말씀드렸지만 군경 연예인단은 벌써 20년 넘게 오셨고 작년에 성혜 씨가 오셔서 공연을 해 주셨습니다.

90세가 넘은 분이 1시간 동안 노래를 부르며 이야기하는 모습에 놀랐고 게다가 너무 행복해 보였어요. 놀랄 만큼 정이 많은 분임을 느꼈어요. 이런것은정이없으면절대로행복할수없기때문이죠.

올해도 며칠 후면 4월입니다.

1981년에 나라에서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지정했으니 올해로 40년째네요.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모두 취소될 뻔했지만, 기획부의 재치로 우리 장애인들은 지루하지 않게 됐어요. 수풀이 우거진 2500평의 앞마당에 피크닉 세팅을 하고 삼겹살 잔치와 다양한 코너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저도 이 때 만큼은 물리 치료 업무를 쉬고 코너 진행을 맡습니다.

기념식과 식전 공연은 당연히 취소되었습니다.

떠올려보면 그날 부채춤의 감동이 서서히 올라옵니다 빨리 이 코로나가 물러나기를 바라며, 올해 장애인의 날 행사가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