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이며 가장 특별한 영화 보이후드(Boyhood, 2014) – 가장

이 작품은 리처드 링클레이터, 아는 사람만 아는 영화 <비포어 선라이즈>, <비포어 선셋> 등 비포어 시리즈를 제작한 감독들이었다.

감독이 현재 살고 있는 텍사스가 영화의 배경이고, 6세 주인공 메이슨이 18세 성인이 돼 집을 떠나게 되는 12년 된 이 소년의 보이 후드, 즉 그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다.

이 포스터의 이미지는 영화의 첫 장면이다.

나는 보통 영화를 보기 전에 시놉시스를 읽거나 예고편 같은 것을 가급적 보지 않는데, 그래서 이 영화가 이런 내용인지 전혀 모른 채 포스터를 보면 어린애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이 영화의 가장 특별한 점에서 보면 12년의 시간의 흐름을 그야말로 화면 속에 담았다는 얘기다.

그것은 단순히 시대 고증을 통해 그때 유행했던 옷을 입고 분장한 것이 아니라 촬영을 12년간 한 것이다.

2014년에 개봉했으니 2002년에 촬영을 시작해 그때마다 유행하던 것을 영화 속에 넣고 실제 사용하던 것을 등장시켜 정확히 시대의 고증이 되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시대고증이 아니라 영화 자체가 과거에서 온 타임캡슐 그 자체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통통한 애플 매킨토시를 쓰고 있는 주인공

사실 나도 어렸을때 이 뚱뚱한 매킨토시를 써본적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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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굴데굴 귀여웠던 매킨토시…

이 밖에도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이라크전쟁,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노래, 레이디 가가, 모토로라 폴더폰, 오바마 등 그 당시의 사회 상황과 유행이 영화 속 캐릭터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첫 장면이 나왔을 때 나온 콜드플레이의 Yellow는 당시 잠깐 유행했던 인디 음악일 뿐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룹이 되기 전이었다.

이 밖에도 그 시대의 인디 음악을 많이 사용했다.

이런 배경과 물건뿐 아니라 당연히 영화 속 캐릭터 자체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성장하지만 다른 영화처럼 아무도 분장하지 않았고, 가발을 쓰지 않았고, 그렇다고 다른 배우로 바뀌지도 않았다.

12년간 조금씩 성장해 가는 6살짜리 메이슨과 그의 누나 사만다를 그대로 목격할 수 있는 것이다.

외국인들은 정말 역변하는…(약간 충격)

주인공 메이슨은 자라면서 정말 많이 변하는 인물 중 한 명인데 중간에 다른 배우를 부려먹은 것 아니냐는 정도로 크게 변해 놀라게 했다.

나이가 들면서 조금은 에단 호크를 닮아 조금 이상할 정도. (에단 호크는 메이슨의 아버지를 연기했다) 어떤 감독이 이런 상상을 실제로 실현하기 위해 촬영하려 들까. 1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배우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데다 어떤 방식으로 계약을 했는지도 궁금하다.

이 길고 전대미문의 실험적인 영화를 함께 찍자고 합의한 연기자들도 신기할 정도다.

처음 1년이 지나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목격했을 때는 조금 충격이었다.

‘아니… 애기들 많이 컸잖아!
’ – 1년 뒤. – 말도 없이 컷으로 갑자기 시간이 바뀌었는데 너무 떨렸어.두 번째부터는 익숙해지다

주인공 엘라 콜트레인의 12년간의 성장과정

중간에 저스틴 비버스타일로 가서 에단호크로 바뀐다 머리 스타일이나 의상도 그 시절을 그대로 보여준다.

캐스팅에 대해 얘기하자면 12년의 촬영기간 메이슨의 삶에는 모두가 그렇듯 스쳐지나가는 반면 그 많은 인물은 텍사스의 무명배우 대부분을 캐스팅했다고 한다.

메이슨 자체도 작은 무명 연기자에 불과했다.

이 밖에 비포어 시리즈에 매번 나오던 에단 호크는 메이슨의 아버지이자 위와 같이 연기했는데, 그의 젊은 시절부터 늙은 모슨을 볼 수 있지만 사실 큰 차이는 없다.

메이슨의 어머니로는 패트리샤 아퀘트라는 배우가 연기했는데, 나는 잘 모르겠지만 꽤 많은 필모그래피를 가지고 있는 배우다.

그녀는 영화 속에서는 12년 동안 꽤 드라마틱하게 외모가 변했고, 젊어서부터 중년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아이들 못지않게 재미있는 요소 중의 하나였다.

이 둘 빼고 솔직히 다 무명배우들…

마지막 크레디트에서 보듯 메이슨의 누나를 연기한 사만다는 로렐라이 링클레이터가 연기했는데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딸이다.

어릴 때는 귀엽고 똑똑하고 얄미운 누나 노릇을 참 잘했는데 커서 자기 분량을 줄여달라고 졸라 점점 비중이 줄었다.

맨 왼쪽이 로렐라이 링크레이터, 가운데가 이단 호크 그리고 엘라 콜트레인

대략적인 스토리를 살펴보면, (스포 주의) 젊은 나이에 아이를 둘 낳고 이혼한 어머니가 고군분투하며 살다가 형편이 어려워지자 자신의 어머니가 사는 텍사스 휴스턴으로 돌아가 석사를 마치기로 결심하고 그곳에 살던 메이슨과 사만다의 아버지를 일주일에 한 번 만나 시간을 같이 보내게 된다.

(이것은 네이버 시놉시스에 적혀있던 초반 이야기)

석사 강의를 듣던 메이슨의 어머니는 그곳에서 특별히 상냥했던 교수와 결혼해 넓은 집으로 이사한다.

그러나 23년간의 평범한 가정은 남편의 알코올 중독과 폭력으로 끝났다.

메이슨과 사만다는 어머니 친구 집으로 도망가야 했다.

엄마는 석사를 마치고 학교에서 강의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좋은 집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강의를 듣던 학생이던 퇴역 군인과 사랑에 빠져 세 번째 결혼했다.

하지만 그 역시 경제적 어려움과 음주, 자식들과의 불화로 이혼하게 됐다.

아이들은 잦은 이사, 경제적 어려움, 새 가족과의 결합에 생각보다 잘 적응했다.

지켜보는 모든 사람이 걱정했던 것보다도 말이다.

모두가 서로를 사랑하고 다정했으며 무엇보다 선량한 편에 항상 있었다.

그 사이 아이들은 성장했고 메이슨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무사히 대학에 합격해 미성년자로서 부모의 도움이 필수였던 어린 시절을 시나 집을 떠나야 할 날이 왔다.

늘 영리하고 강했던 엄마는 마지막 메이슨을 짐 싸들고 떠나는 날 엉엉 운다.

오랜 책임감으로 꺼지지 않던 모터가 갑자기 이렇게 뜨거워지지 않아도 될 시간이 된 것을 슬퍼했다.

12년 동안 앞으로만 나아갈 시간의 흐름을 선형적으로 나열한 영화의 연출처럼 시간은 그렇게 흘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자랐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비포 시리즈에서 그랬듯이 영화 속 인물들이 나누는 평범한 대화 속에 보편적이면서도 철학적인 대사를 넣어 12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우리 인생에서 변하지 않는 가치에 대한 메시지를 남겼지만, 보이 후드에서도 그런 게 있다.

특히 마침내 가족에게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책임져야 하는 한 성인으로 성장한 메이슨이 대학 기숙사에 들어간 첫날 만난 룸메이트와 친구들과 하이킹을 하는 장면에서 나누는 대화에서 이런 말을 한다.

순간 잡고 싶다잖아. 하지만 그 순간이 우리는 잡히지 않을까(the moment seizeus).

어린 시절 부모의 도움이 무엇보다 필요했고 그 영향이 삶 전체에 남아 있는 중요한 시대. 어떤 순간도 사실 어린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없었다.

어쩔 수 없는 그 상황에 적응해 소화해야 했다.

결국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순간은 우리를 사로잡았고 그것들을 지금의 우리로 만든 것이 아닐까.

12년을 그대로 녹인 작품이라 길이가 다소 긴 편이다.

2시간 40분 정도.마음을 비우고 천천히 평범한 놀라움을 관찰하며 관람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