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잠보다 등산이 좋아서 새벽에 일어나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11월 복직한 뒤로는 게을러져 주말에 산에 갈 생각을 전혀 할 수 없게 됐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아침, 여느 때처럼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
물론 늦잠이라고 해서 해가 중천이 될 때까지는 아니고, 아침 8시를 넘기지는 않는다.
이날은 아내 집에 가기로 한 날이라 아침을 먹고 좀 쉬었다가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아내가 아내 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나머지 시간에는 근처 산에 다녀오라고 했다.
단번에 손에 쥔 등산시간이라 매일같이 찾아올 기회가 아니라는 생각에 차 안에서 금산의 산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너무 즉흥적인 산행이라 진악산이라도 다녀올까 하다가 그 옆에 마이산이란 산이 보여 마이산에 오른 뒤 진악산까지 가보게 되었다.
진안의 마이산이 워낙 유명해서 금산 마이산은 어떨까 하는 설레임도 있었고…
전혀 준비 없이 그렇게 즉흥적으로 무산과 진악산이라는 친구를 만나고 왔다.
<트랑클 등산 기록>
<가민 피닉스 시계 등산 기록> *참고로 마이산쪽 등산코스의 오르막과 내리막길 대부분(정상 제외)은 수북이 쌓인 낙엽과 전날 내린 눈으로 등산로를 찾기 어려우니 그냥 마음대로 오르내린 구간이 많으니 이날 다녀온 코스를 따라가는 것은 절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등산 시작 13:40>
등산자의 머리는 트렁크에 “마이산-진악산”이라고 써서 먼저 다녀온 사람의 머리와 나의 머리를 참고하여 정하게 되었다.
트렁크의 위치 부분을 네이버 지도에 찍으면 충남 금산군 남이면 석동리 428-5번이 나와 내비게이션에 그곳을 찍고 비슷한 곳에서 하차해 들판을 찾아 산행을 시작했다.
바로 위 사진의 화살표 방향으로 리본이 하나 있기 때문에 거기서부터 오르기 시작한다.
두루머리는 잘 찾았는데 등산로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간혹 눈에 띄는 리본이 잘 올라갔다는 확신만 던지고 다시 등산로는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등산로 찾기를 포기하고 그냥 오르막길을 향해 열심히 올랐다.
<금산 마이산 정상 14:08>
이렇게 해서 오르막길을 올라가 마이산 정상에 오를 수 있다등산을 시작한 지 채 30분도 되지 않았다.
나무가 우거져 전망이 나쁘기 때문에 진락산 쪽으로 출발한다.
저 앞에 진악산이 보인다.
진악산을 향해 가던 중 전망 좋은 곳이 보여서 사진으로 그 풍경을 찍었다.
멀리 백두대간의 능선이 보였고 영동의 민주지산, 그리고 덕유산에서 남덕유로 이어지는 덕유산 능선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좀더 전망 좋은 바위구 사이를 지나간다.
14:11
조금 전 사진에 찍었던 남동쪽의 민주지산, 덕유산, 그리고 백두대간이 보인다.
북동쪽의 그림자 왼쪽 앞에 보이는 능선이 진악산 능선.
그렇게 오른쪽에 보이는 풍경 등이 부지런히 그려져 있다.
오전까지만 해도 쌀쌀하던 날씨가 풀리니 아침에 쌀쌀하던 선선한 모습이 조금 녹아들었다.
조금 유감이지만 박하사탕 같은 냉정함이 아직 남아 있었다.
서쪽에 보이는 대둔산을 중심으로 사진을 찍어보았다.
그리고 나중에 만나게 될 진악산도 화보로 찍어봐.
그렇게 전망 좋은 바위 쪽으로 몇 장의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그렇게 전망 좋은 바위를 지나다가는 희미한 길을 만나 우왕좌왕하다 결국 등산로가 아닌 내리막길을 통해 내려오게 된다.
여기서 손등이 가시에 긁혀 미끄러져 넘어지고 눈이 녹아 등산화 안으로 놀러오게 됐다.
<하산 14:54>
우여곡절 끝에 마이산이 끝나고 진악산에 오를 수 있는 마을로 내려왔다.
마이산 등반 때보다 없는 길을 만들어 내려온 탓에 두 배쯤 시간이 걸린 듯했다.
앞으로 보이는 능선이 진악산과 연결된 능선이기 때문에 마을 길을 따라 오르막길을 오른 뒤 능선 쪽으로 합류하기로 했다.
어느 정도 진악산 쪽 골짜기에 올라갔다가 뒤돌아보고 찍은 사진 사진. 사진에 보이는 산이 아까 개고생해서 올라온 마이산.
여기서도 우왕좌왕하는 등산로가 아니라 오르막길을 통해 오르다 보면 등산로다운 등산로를 만나게 된다.
15:22
어느 정도 높이까지 올라가면 전망이 좋은 곳을 만날 수 있다.
오른쪽으로 천등산, 대둔산이 보인다.
우측 전방으로 진악산 정상도 보인다.
<진악산 정상 15:56>
마이산에서 그리고 진악산 능선을 만나기 전까지 미끄러운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진악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무척 수월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해서 진악산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진악산 정상에서 보이는 모습을 담아 광장 쪽으로 하산한다.
광장 쪽으로 하산하면서 앞쪽으로 보이는 모습을 담았다.
열여섯 시가 조금 지났을 무렵, 태양은 서쪽으로 상당히 기울고 있었다.
북쪽으로 보이는 대전 방향으로 사진을 찍어보았다.
사진 속에서 살짝 튀어나온 정기봉과 그 오른쪽 뒤 식장산이 눈길을 끈다.
조금 전에 오른 진악산 정상들은 멀리 떨어져 있다.
그 오른쪽 뒤로 마이산도 언뜻 보인다.
또한 오른쪽에 보이는 모습을 사진에 담는다.
사진 속 멀리 구봉산의 모습이 눈에 띈다.
<광장 16:35>
그렇게 해서 진악산 서쪽에 있는 광장으로 하산하고 아내가 운전해 주는 차를 타고 처가로 돌아갔다.
이번 산행을 결론적으로 말하면 마이산의 경우 사람이 별로 오르지 않아 등산로도 분명치 않았고 가을철 떨어진 낙엽에다 전날 내린 눈까지 덮여 등산로를 찾기도 힘들어 매우 미끄러웠다.
정상을 오르기 위해, 정상을 오르기 위해 진악산을 오르기 위해 내려간 대부분의 길을 그런 길로 이동해야 했다.
경사도 가파른 산에 낙엽과 눈이 덮여 미끄러웠고 의지와 상관없이 넘어져 없는 길을 만들기 위해 가시에 손등이 긁히고 스패츠를 착용하지 않아 녹은 눈이 등산화 속으로 스며들어 머리가 젖어 있었다.
겨울 산에서 하면 안 될 위험한 것들을 다 했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철저한 준비 없이 한 번도 안 가본 인적이 없는 등산을 하기가 좀 그렇지만 겨울철 안전등산을 위해 필요한 장갑 스틱스퍼트 아이젠 같은 것은 아예 무시하고 트레이닝 바지에 등산화 하나 신고 산에 오른 것은 반성해 볼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마이산이나 진악산의 짧지만 암릉 쪽의 조망은 시원한 박하사탕 같은 상큼함을 던져줬고, 오랜만에 흘린 땀의 상쾌함과 거친 오르막길을 오를 때의 심장 두드리는 것은 엄청난 선물이었다.
궁금했던 마이산이라는 사람을 만난 적도 있고